세상 끝, 권세의 시작
본문: 마태복음 28:18-20
"예수께서 나아와 말씀하여 이르시되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이 본문, 마태복음의 가장 마지막 구절들은 아마 교회에 다니는 분들이라면 너무나 익숙해서 거의 외우다시피 하는 말씀일 겁니다. 소위 '지상대위임령'(The Great Commission). 얼마나 웅장하고 강력하게 들립니까? 교회의 존재 이유, 선교의 근거, 모든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요약하는, 거대하고 장엄한 피날레처럼 느껴집니다. 교회 성장 세미나의 단골 메뉴이고, 선교 헌금을 독려하는 가장 확실한 카드로 사용되지요. 가서, 제자 삼고, 세례 주고, 가르쳐 지키게 하라. 마치 잘 짜인 글로벌 프랜차이즈의 사업 확장 계획서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목표는 '모든 민족', 전략은 '제자화', 그리고 CEO이신 예수님은 '세상 끝날까지 함께 하겠다'는 든든한 약속까지 주셨습니다. 얼마나 완벽합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이 말씀을 읽을 때마다 어떤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함과 두려움을 느낍니다. 이 말씀이 너무나 자주, 교회의 야망과 성공주의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되어 왔기 때문일 겁니다. 더 많은 교인, 더 큰 건물, 더 넓은 영향력. 이것이 마치 예수님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하는 증거인 양 여겨지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오늘 이 본문이 가진 본래의 날카롭고 위험한 의미를 모두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요? 이 말씀은 우리에게 성공의 청사진을 약속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아는 모든 성공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뒤엎어버리는, 가장 전복적인 선언일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 편안하고 익숙한 구절 속으로, 조금은 불편하고 낯선 걸음을 함께 내디뎌보려 합니다.
설교의 중심은 18절의 첫마디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 이 모든 이야기의 대전제이지요. '그러므로'라는 접속사는 바로 이 권세의 위임으로부터 모든 사명이 파생된다는 것을 분명히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물어야 할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권세'(, 엑수시아)란 도대체 무엇입니까?
우리는 '권세'라는 말을 들으면 무엇을 떠올리나요? 아마도 정치인의 힘, 재벌의 자본력, 혹은 법관의 판결 권한 같은 것들을 생각할 겁니다. 힘으로 다른 것을 통제하고, 내 뜻대로 움직이게 만들고, 복종을 요구하는 능력. 이것이 세상이 이해하는 권세입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많은 교회들이 예수님의 '권세'를 바로 이런 방식으로 이해해왔습니다. 마치 로마의 황제처럼, 세상의 군주처럼 군림하는 강력한 힘. 그래서 그 권세를 위임받은 우리도 세상에서 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믿어왔지요.
그러나 여러분, 이 말씀을 하시는 예수가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 분인지를 기억해야 합니다. 그는 로마제국의 권세에 의해 십자가에서 무력하게 처형당했던 사람입니다. 제자들은 모두 흩어졌고, 그의 운동은 완전히 실패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바로 그 '죽임 당한' 예수가 부활하여 지금 이 말씀을 하고 계신 겁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권세'는 우리가 아는 세상의 권세와는 질적으로, 근본적으로 다른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힘으로 억누르는 권세가 아니라, 죽음으로써 죽음을 이긴 권세입니다. 자기를 비움으로써 모든 것을 얻은 권세입니다. 십자가의 무력함과 가장 깊이 연결된 권세이지요.
바울 사도는 빌립보서 2장에서 이 권세의 신비를 정확하게 묘사합니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를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셨다고 말합니다. 보십시오. 권세의 논리가 완전히 역전되어 있습니다. 세상은 높아져야 권세를 얻는다고 말하지만, 복음은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고, 자기를 완전히 비우고, 죽기까지 복종할 때, 바로 거기서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가 주어진다고 선포합니다. 이것은 제국의 논리가 아니라 십자가의 논리입니다.
그러므로 이 십자가의 권세를 위임받아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으라"는 명령은, 결코 기독교라는 제국을 건설하라는 명령이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세상이 건설해 놓은 모든 제국의 논리를 해체하라는 부르심에 가깝습니다. 세상은 사람들을 국적과 인종, 재산과 학력으로 나누고 차별하며 지배합니다. '모든 민족'에게 가라는 것은 바로 그 경계선을 허물라는 명령입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제자를 만들어 자기 세력을 확장하려 합니다. 좋은 대학은 좋은 스펙을 가진 제자를 원하고, 대기업은 회사의 이익에 충실한 제자를 원합니다. 그러나 예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세상의 가치와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성공이 아니라 섬김을, 소유가 아니라 나눔을, 군림이 아니라 가장 낮은 자의 자리를 배우는 것이 제자도입니다.
우리가 자녀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습니까?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는 명령 앞에 우리는 정직하게 서야 합니다. 우리는 자녀들에게 예수님의 분부를 가르칩니까, 아니면 세상에서 성공하는 법을 가르칩니까? 더 좋은 스펙을 쌓고, 더 치열하게 경쟁해서, 남들보다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라고 가르치지 않습니까? 그것이 결국 자녀를 위한 길이라고 믿으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세상의 권세가 우리에게 주입하는 '가르침'입니다. 예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바로 그 가르침에 저항하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것", 즉 원수까지도 사랑하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는 그 삶의 방식을 배우고 지켜나가는 것입니다. 이것은 지독히 인기가 없고, 어리석어 보이며, 실패하는 것처럼 보이는 길입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이 명령이 왜 그토록 두려운 약속과 함께 끝나는지를 이해하게 됩니다.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이 약속은 우리가 이 웅장한 과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때 주어지는 보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어리석고 위험한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 제자들에게 주어지는 유일한 생존 조건입니다. 세상의 권세와 맞서 싸우고, 그들의 논리를 거부하며 살아갈 때, 우리는 필연적으로 고립되고, 오해받고, 실패할 겁니다. 바로 그 실패와 절망의 자리, 세상의 모든 빛이 꺼진 것 같은 그 '세상 끝'에서, 부활하신 주님의 현존(現存)은 비로소 시작됩니다.
이 '함께하심'은 만사형통의 부적이 아닙니다. 서재 창밖으로 보이는 단풍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언젠가는 떨어지듯, 우리의 삶에 주어진 모든 좋은 조건들은 결국 사라질 겁니다. 밤 산책길의 싸늘한 공기 속에서 문득 세상의 모든 소음이 멎고 나 자신의 실존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는 그런 순간처럼, 주님의 현존은 때로 우리를 위로하기보다는 오히려 우리 자신을 벌거벗겨 진실 앞에 세우는, 서늘한 빛으로 다가옵니다. 칼 바르트가 말한 '절대 타자'로서의 하나님 경험, 루돌프 오토가 말한 '거룩한 두려움(Numinose)'으로서의 경험이 바로 이것입니다. 이 현존은 우리를 세상의 성공 신화로부터 지켜주는 유일한 방패이며, 우리가 완전히 실패했을 때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유일한 근거가 됩니다.
그렇다면 이 말씀은 오늘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습니까? '가서 전도하십시오', '교회를 부흥시키십시오'라는 구체적인 행동 강령 이전에, 훨씬 더 근본적인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삶은 지금, 세상의 권세를 추구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십자가에 달린 예수의 권세 아래로 걸어 들어가고 있습니까?"
이것이 이 본문이 우리에게 묻는 유일한 질문입니다. 당신의 기도는 더 많은 소유와 더 높은 지위를 위한 것입니까, 아니면 자기를 더 깊이 비워내고 이웃을 섬기기 위한 것입니까? 당신의 자녀 교육은 세상의 제자를 만드는 과정입니까, 아니면 예수의 제자를 만드는 과정입니까? 당신이 속한 교회 공동체는 세상의 권세를 모방하여 더 크고 강해지려고 합니까, 아니면 십자가의 무력함을 본받아 더 낮고 약한 곳으로 흘러가려고 합니까?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 이 선언은 승리의 개가가 아니라, 세상 모든 권세에 대한 사망 선고입니다. 그리고 그 죽음의 자리에서, 세상의 끝에서, 부활하신 주님은 우리와 함께 계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그 권세는 우리를 성공시키는 힘이 아니라, 우리의 실패와 절망 속에서도 우리와 함께하시는 현존의 신비입니다. 세상 끝에서, 바로 거기서부터, 이 역설의 권세는 시작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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